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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아트로 점치기, 동해시 카페 디디다 오늘도 커피 날씨 맑음 디디다에 도착하면 먼저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 청소를 시작한다.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가게 안은 먼지제거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 15분 정도? 그러면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수 온도가 80도에 이른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만 나는 하루의 첫 라떼를 기다릴 참을성이 없다. 어차피 첫 잔은 주인장은 몫이고 손님이 마실 두 번째 잔 부터는 온전한 온도로 제공된다. 하루의 첫 카페라떼 별거 아니지만 10년 가까이 이 행위가 지속되면 조금씩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예전 어르신들이 내일의 날씨 점을 치듯 이른바 라떼 점을 치는 것이다. 라떼아트를 할 때 미리 그림의 모양을 정하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의 첫 라떼는 미리 라떼아트를 계획하지 못한다. 카페인이 급한 뇌 상태가 모든 계획을 거부한다. 에.. 2024. 2. 23.
봄 날씨 어디가고 다시 겨울, 동해시 카페 디디다 겨울 풍경 봄 날씨 처럼 15도를 넘나들더니 3월을 며칠 앞두고 겨울왕국이 된 동해시, 갑자기 추워지고 눈길에 미끄러질까 외출이 어려운 날씨 카페는 한산하고 주인장은 기타치고 음악듣고 맛있는 커피는 혼자 마시고 틈틈이 눈도 치우고... 심심하면 눈도 굴려보고 마침 디디다 하우스음악은 생각의 여름 '눈사람 속으로'가 흘러나오고... 좋은 노래라 가사를 소개할게요. 생각의 여름 - 눈사람 속으로 눈이 소복하게 내려 세상이 흰 눈사람 속에 있는 것만 같네 껍질이 뽀얀 새알 속에 있는 것만 같네 맑은 눈의 아이 속에 살게 된 것 같네 나는 눈 위에 시를 적고 그것을 뭉쳐 허공에 던져보네 또 밤에 하얗게 세워둘 요량으로 눈덩이를 점점 크게 굴려 눈사람을 만드네 눈덩이가 커질수록 나는 눈사람 속으로 굴러 들어가네 카페라떼는 .. 2024. 2. 22.
동해시 한섬해수욕장 근처 날씨 좋은날 핸드드립 커피 한 잔 오늘도 끄적끄적 동해시 한섬해수욕장 근처 골목의 작은 카페 디디다의 일상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카페지기가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충동을 느끼는 순간은 커피가 맛있을 때 혹은 커피가 아주 맛있어 보일 때입니다. 날씨 좋은 날 볕을 받아 핸드드립 커피의 기포 하나하나가 생동감있게 맛을 표현하고 있네요. 커피의 기포는 쉽게 사라지고 기분좋은 산미도 온도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순간의 황홀감을 남기고 사라지기 마련이죠. 그 순간을 남기려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는 것 같네요. 2024년 봄이 곧 오겠네요. 8년 전 동해로 내려왔을 때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디디다 카페 이름을 넣은 디디다예술대학을 개설하고 기타, 사진, 커피, 일본어, 독서모임 운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시기에 주춤하고 지금은 일본어 모임만 활성화.. 2024. 2. 21.
라가불린 16, 글렌파클라스 12, 맥켈란 12 쉐리, 발베니 12 더블우드, 린데만스 괴즈 람빅, 디디다 단골손님 송별회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단골이 생긴다. 반가운 단골손님이 있고, 덜 반가운 손님이 있을 수 있는데 가령 오직 커피 한 잔 주문하고 3~4시간 이런저런 상담을 요구하는 손님은 피곤하다. 오래 있어도 된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본인의 시간을 충분히 쓰고 가는 건 보기 좋다. 그런데 자기 얘기 좀 들어보라고 혹은 할 얘기는 없지만 주인장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 반가운 단골은 주인장을 피곤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2~3시간 머무는 동안 먼저 커피 한 잔 시키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취향껏 좋아하는 위스키도 한 잔 주문하고, 부족하면 칵테일도 추가 주문하는 손님이다. 오늘은 그런 반가운 단골손님이 서울로 떠나는 날이다. 그래서 서비스로 얼마남지 않은 위스키보틀을 다 털었다. 가장 .. 2024. 2. 17.
Radiohead 5집(Amnesiac) 음악이 새롭게 들리는 현상에 대한 고찰 오래 듣고 좋아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음악이있다. 95년경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Radiohead 2집(The Bends)이 나온 상태였다. high and dry, Fake plastic trees, Nice dream 등을 즐겨 불렀고, 3집(Ok Computer)이 나오고 Exit music, Karma police, No surprises 등을 많이 불렀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당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무조건 록음악이었고 Nirvana, Radiohead는 호불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2집, 3집 공전의 히트가 지속되었지만 1집(Pablo honey)의 Creep이 단연 대중의 인기가 높았다. 어디서든 기타가 있으면 누구나 Creep을 불렀고 그때는 그게 제일 핫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2024. 2. 16.
영화 <오펜하이머>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한국인 피해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를 늦게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지금까지 흥미롭게 본 관객이긴 하지만 열성적인 팬이 아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는 내심 기대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개봉 이후 사람들의 후기에서 내가 기대하는 장면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흥미를 잃게 되었다. 안다. 많은 영화광들이 에 열광했다는 것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내한해서 몇몇 채널에 나와 평론가 혹은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과 떠든 것도 안다. 그때도 나는 내심 평론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해 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런 평론가는 없었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역사 이야기와 양자역학에 관한 얘기를 읽을 뿐이다. 내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기대했던 장면은 '한국인의 죽음'이었다. 그것은 드러나야 할 .. 2024. 2. 5.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켄턴 양과 스티븐스의 가슴 아린 장면 부커상, 노벨문학상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90년대 중반 비디오테잎을 빌려 영화를 봤다. 아주 잔잔하고 심심한 드라마라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항상 상위에 이 있다.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연기 대가들이나 할 수 있는 무엇이었고 스킨십 없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지만 로맨틱 드라마가 지녀야 할 고상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었던 당시에는 "왜 스티븐스는 사랑(켄턴)을 바로 앞에 두고 보지 못하지? 자기 감정도 알지 못하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세월이 흘러 영국의 문화도 좀 알게 되고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무엇보다 극중 스티븐스의 나.. 2024. 2. 3.
<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은 공동체의 종말과 같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늘 같은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기를, 어린 왕자의 방문을 리추얼로 만들기를 바란다. 어린왕자는 리추얼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여우가 대답한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구별해주는 무언가, 어던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해주는 무언가야." 리추얼은 시간을 다뤄 집안에 들이기를 이뤄내는 기술이다. 리추얼은 세계-안에-있음을 집안에-있음으로 만든다. 시간안에서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 사물과 같다. 리추얼은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삶을 안정화 한다. 리추얼은 시간 건축물이다.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리추얼은 시간을 거주 가능하게 만든다. 즉,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든다. 오늘날 시간은 견고한 짜임새가 없다. 리추얼은 시간을 형식화한다. 삶이 시간이고 인간의 문명은 그 시간을 늘리는 데 한없이.. 2024. 1. 23.
오에 겐자부로 <체인지링> 중에서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서재 입구에 배달된 채 쌓여 있는 소포들을 풀어 듬성듬성 읽다 말고 예컨대 프로스트의 문체에 이끌려 이것저것 천천히 상기 할 수 있는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기토는 일찍이 없었던 냉정함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앞일로 자신의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고-15년, 20년씩이나 여전히 살아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 여겨-[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발견된 시간'으로 부터 '발견된 죽음'을, 뜨거워진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하리라.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이리하여 잘 각성되어 있을 때라면 저항이 있으련만 그 단계에서는 설득력 있는 발견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죽음도 이미 얼마 전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한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은 대단한 속도로 .. 2023.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