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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디디다17

영화 <오펜하이머>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한국인 피해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를 늦게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지금까지 흥미롭게 본 관객이긴 하지만 열성적인 팬이 아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는 내심 기대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개봉 이후 사람들의 후기에서 내가 기대하는 장면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흥미를 잃게 되었다. 안다. 많은 영화광들이 에 열광했다는 것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내한해서 몇몇 채널에 나와 평론가 혹은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과 떠든 것도 안다. 그때도 나는 내심 평론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해 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런 평론가는 없었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역사 이야기와 양자역학에 관한 얘기를 읽을 뿐이다. 내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기대했던 장면은 '한국인의 죽음'이었다. 그것은 드러나야 할 .. 2024. 2. 5.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켄턴 양과 스티븐스의 가슴 아린 장면 부커상, 노벨문학상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90년대 중반 비디오테잎을 빌려 영화를 봤다. 아주 잔잔하고 심심한 드라마라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항상 상위에 이 있다.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연기 대가들이나 할 수 있는 무엇이었고 스킨십 없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지만 로맨틱 드라마가 지녀야 할 고상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었던 당시에는 "왜 스티븐스는 사랑(켄턴)을 바로 앞에 두고 보지 못하지? 자기 감정도 알지 못하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세월이 흘러 영국의 문화도 좀 알게 되고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무엇보다 극중 스티븐스의 나.. 2024. 2. 3.
<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은 공동체의 종말과 같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늘 같은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기를, 어린 왕자의 방문을 리추얼로 만들기를 바란다. 어린왕자는 리추얼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여우가 대답한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구별해주는 무언가, 어던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해주는 무언가야." 리추얼은 시간을 다뤄 집안에 들이기를 이뤄내는 기술이다. 리추얼은 세계-안에-있음을 집안에-있음으로 만든다. 시간안에서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 사물과 같다. 리추얼은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삶을 안정화 한다. 리추얼은 시간 건축물이다.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리추얼은 시간을 거주 가능하게 만든다. 즉,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든다. 오늘날 시간은 견고한 짜임새가 없다. 리추얼은 시간을 형식화한다. 삶이 시간이고 인간의 문명은 그 시간을 늘리는 데 한없이.. 2024. 1. 23.
오에 겐자부로 <체인지링> 중에서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서재 입구에 배달된 채 쌓여 있는 소포들을 풀어 듬성듬성 읽다 말고 예컨대 프로스트의 문체에 이끌려 이것저것 천천히 상기 할 수 있는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기토는 일찍이 없었던 냉정함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앞일로 자신의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고-15년, 20년씩이나 여전히 살아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 여겨-[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발견된 시간'으로 부터 '발견된 죽음'을, 뜨거워진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하리라.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이리하여 잘 각성되어 있을 때라면 저항이 있으련만 그 단계에서는 설득력 있는 발견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죽음도 이미 얼마 전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한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은 대단한 속도로 .. 2023. 12. 19.
마루야마 겐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중에서... 이 책은 시골에 칩거하며 소설과 정원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는 마루야마 겐지의 정원일기 혹은 정원사색 정도로 이해하면 될 수필집니다. 일전에 마루야마 겐지의 가벼운 수필집 을 읽은 터라 이 책도 그정도의 가벼움을 안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기는 데 곳곳에서 멈칫하게 만든다. 또 일전에 한병철의 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베를린에 살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이 두 손으로 땅을 일구며(체험이 아닌 경험) 목도한 바를 정리 한 수필집이다. 황혼에 접어든 두 지식인이 매우 유사한 경험을 통해 매우 비슷한 어조로 당대의 예술인과 젊은이들에게 가짜 체험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진짜 경험, 허울만 아름다운 가짜 예술 말고 진짜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한병철의 과 마.. 2023. 9. 20.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 에릭 홉스봄, 공산당과 협력한 재즈 23장 민중의 음악, 스윙(445p) 미국의 공산당이 보어슈트 벨트Botscht Belt(미국 뉴욕 주의 캣스킬 산맥 인근의 여름 휴양지)의 적색구역으로 물러나 그곳에서 개최한 캠프 유니티Camp Unity에 연주자들도 참여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연주 도중 사이사이에 한 두 가지 주제를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곳에 있었던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일은 서로 다른 인종 간의 성관계가 공개적으로 장려되었다는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전통은 매우 굳건해서 시드니 베셰 같은 나이 든 연주자들은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밴드 멤버들이 백인 여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캠프 유니티에서조차 금하였다.) 이에 대해 누구나 특별한 인물로 여기고 있.. 2023. 8. 20.
롤랑 바르트 스투디움과 풍크툼, <사물의 소멸> 한병철 바르트는 사진의 두 가지 요소를 구분한다. 첫째 요소인 스투디움studium은 우리가 사진을 들여다 볼 때 등록하는registrieren 광범위한 정보들의 장과 관련이 있다. 중요한 것은 "애써 돌보지 않는 바람들, 목표 없는 관심, 비밀적인 취향의 장"이다. 수투디움은 사랑하기의 질서가 아니라 좋아하기의 질서에 속한다. 스투디움은 단지 "막연하고 피상적이고 책임감 없는 관심"을 동반할 뿐이다. 시각적 정보는 얼마든지 충격적일 수 있지만 "부상負傷을 일으키지" 않는다. "당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스투디움에는 어떤 격렬함도 없다. 스투디움은 집약성을 산출하지 않는다. 스투디움의 바탕에 깔린 지각은 외연적, 가산적, 누적적이다. 스투디움은 글 읽기다. 여기에는 어떤 마법도 없다. 사진의 둘째 요소를 풍크툼.. 2023. 8. 18.
피로사회 한병철 “자기 착취가 자유의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 후기 근대의 성과 주체는 그 누구에게도 예속 되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어떤 예속적 본성을 지닌 주체가 아니다. 그는 자신을 긍정화하고 해방 시켜 프로젝트가 된다. 하지만 주체에서 프로젝트로의 전환으로 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자의 의한 강제가 자유를 가장한 자기 강제로 대체될 따름이다. 이러한 발전은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본주의가 일정한 생산 수준의 이르면 자기 착취는 타자의 착취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된다. 그것은 자기 착취가 자유의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성과 주체는 완전히 타버릴Burnout 때까지 자기를 착취한다. 여기서 자학성이 생겨나며 그것은 드물지 않게 자살로까지 치닫는다. 프로젝트는 성과주체가 자기 .. 2023. 4. 8.
[카페 디디다 추천 도서] 피트 데이비스 <전념> 책 추천을 해도 그런 바람이 잘 전달되진 않는다. 심지어 음악 한 곡을 추천해도 듣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카페 디디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음악 추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좋은 음악을 알고 피지컬 앨범을 사고 음악을 듣는 행위는 챗GPT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매우 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피트 데이비스의 은 다음의 구절 때문에 알게 되었다. 전념하기의 핵심은 시간을 통제하는 것에 있다. 죽음은 삶의 길이를 통제한다. 그러나 삶의 깊이를 통제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전념하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을 인정하는 대신, 제한 없는 깊이를 추구하겠다는 결정이다. 저 글을 어디에선가(아마도 인친의 게시글에서) 보았고 인상깊었기에 읽어야지 했지만 정보가 쉽게 휘발되는 시대를 살다 보니 잊고.. 2023.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