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디디다21 한강 작가의 소설 주제 '자국민 학살' 지금은 나아졌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야 책을 사 볼 생각을 한 게 부끄럽다. 부끄럽다고 책을 안 사고 모르는채 하기는 더욱 힘들었고 4권을 주문했다. 이제야 다 읽어간다. 이제야 한강이라는 사람이 조금 이해가 되고 있다. 후반부에서 잔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려고 천천히 설득력을 쌓아간다. 지옥을 보여주려고 스스로 지옥으로 들어가 지옥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들을 유인 할 설득력있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한강이 타고난 이야기꾼은 아니다. 약장사가 아니란 얘기와 같다. 달콤한 이야기가 아니라 쓰디쓴 이야기를 풀어야만 하는 이야기꾼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영화 시나리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거장 영화감독처럼 천천히 빌드업 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꼭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 2025. 2. 16.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한병철, 혁명의 조건이 소거된 삶의 형태는 누구의 추동인가? 이 짧은 기고문은 10여년 전 한병철의 칼럼이다. 그때 이 칼럼이 한국에도 큰 이슈였다. 당시 딴지일보 였는지 클리앙 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진짜 혁명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여러 비판적 논평이 나왔다. 한병철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었기에 그 만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누구는 한병철을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압도된 나약한 회색분자처럼 취급했고, 누구는 혁명의 조건이 소거 된 작금의 신자유주의 삶의 형태를 돌아보고 그 조건을 회생시킬 유의미한 계기가 되리라 여기기도 했다. 10년 전 여론은 한병철에 차가웠다. 너무 비관적이라 여겼다. 그간 한국에서는 촛불혁명이라 불리우는 대통령 갈아치우기는 있었지만 삶의 형태는 각자도생에 더욱 내몰렸고, AI로 인한 디지털 혁명은 이야기 하지만, 본질적인 혁명은 더욱 사문화.. 2024. 7. 4. 빅뱅에서 켄타우루스, DNA에서 공룡 까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사람이 만든 가장 완벽한 진공도 성간(星間) 공간만큼 비어 있지는 않다. 무엇인가가가 있는 곳에 도달할 때 까지는 그렇게 텅 빈 공간이 엄청나게 펼쳐져 있다. 우주에서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별자리인 프록시마 켄타우루스 삼중성에서도 가장 가까운 알파 켄타우루스까지만 하더라도 4.3광년이나 된다. 천문학에서는 별것 아닌 거리이지만, 달까지의 거리보다는 1억 배나 더 먼 셈이다. 우주선으로 그 별에 가려면 적어도 2만 5천년이 걸리고, 그곳에 가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광활화게 텅 빈 별무리 속에 있을 뿐이다. 다음에 있는 시리우스까지 가려면 다시 4.6광년을 더 가야만 한다.별과 별 사이가 허무하게 텅 비어 있고 끝없이 멀다는 사실을 위의 첫 문장으로 이해가 되었다. "사람이 만든 가장 완벽한 진공도 성간 공간.. 2024. 6. 27. 황석영 <철도원 삼대> "일상이라는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황석영 철도원 삼대를 읽다가 옮기고 싶은 문장이 있어 블로그 창을 열었다. 황석영 선생이 철도원 삼대의 현재 인물 이진오를 굴뚝 위로 올려 고공농성하는 투쟁하는 노동자로 그린 이유가 조금은 원색적이라고 느껴졌는데 아래 문장을 읽고 감탄했다. 마치 철학자처럼 "일상이 그들을 무너뜨렸다." 현대인의 정처없이 비디오미디어를 떠도는 허무를 정확히 짚고 있다고 느껴졌다.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전염병에라도 걸린 듯 스스로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절망이었고,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섭고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집회에서 헤어지면 그들은 모두 혼자가 되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그들 각자가 혼자가 되었다. 세계란 원래가 우주.. 2024. 5. 19. 영화 <오펜하이머>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한국인 피해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를 늦게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지금까지 흥미롭게 본 관객이긴 하지만 열성적인 팬이 아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는 내심 기대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개봉 이후 사람들의 후기에서 내가 기대하는 장면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흥미를 잃게 되었다. 안다. 많은 영화광들이 에 열광했다는 것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내한해서 몇몇 채널에 나와 평론가 혹은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과 떠든 것도 안다. 그때도 나는 내심 평론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해 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런 평론가는 없었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역사 이야기와 양자역학에 관한 얘기를 읽을 뿐이다. 내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기대했던 장면은 '한국인의 죽음'이었다. 그것은 드러나야 할 .. 2024. 2. 5.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켄턴 양과 스티븐스의 가슴 아린 장면 부커상, 노벨문학상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90년대 중반 비디오테잎을 빌려 영화를 봤다. 아주 잔잔하고 심심한 드라마라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항상 상위에 이 있다.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연기 대가들이나 할 수 있는 무엇이었고 스킨십 없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지만 로맨틱 드라마가 지녀야 할 고상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었던 당시에는 "왜 스티븐스는 사랑(켄턴)을 바로 앞에 두고 보지 못하지? 자기 감정도 알지 못하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세월이 흘러 영국의 문화도 좀 알게 되고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무엇보다 극중 스티븐스의 나.. 2024. 2. 3. <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은 공동체의 종말과 같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늘 같은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기를, 어린 왕자의 방문을 리추얼로 만들기를 바란다. 어린왕자는 리추얼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여우가 대답한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구별해주는 무언가, 어던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해주는 무언가야." 리추얼은 시간을 다뤄 집안에 들이기를 이뤄내는 기술이다. 리추얼은 세계-안에-있음을 집안에-있음으로 만든다. 시간안에서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 사물과 같다. 리추얼은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삶을 안정화 한다. 리추얼은 시간 건축물이다. 시간을 구조화함으로써 리추얼은 시간을 거주 가능하게 만든다. 즉,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든다. 오늘날 시간은 견고한 짜임새가 없다. 리추얼은 시간을 형식화한다. 삶이 시간이고 인간의 문명은 그 시간을 늘리는 데 한없이.. 2024. 1. 23. 오에 겐자부로 <체인지링> 중에서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서재 입구에 배달된 채 쌓여 있는 소포들을 풀어 듬성듬성 읽다 말고 예컨대 프로스트의 문체에 이끌려 이것저것 천천히 상기 할 수 있는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기토는 일찍이 없었던 냉정함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앞일로 자신의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고-15년, 20년씩이나 여전히 살아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 여겨-[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발견된 시간'으로 부터 '발견된 죽음'을, 뜨거워진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하리라. "그렇지, 죽음은 시간이야!" 이리하여 잘 각성되어 있을 때라면 저항이 있으련만 그 단계에서는 설득력 있는 발견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죽음도 이미 얼마 전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한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은 대단한 속도로 .. 2023. 12. 19. 마루야마 겐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중에서... 이 책은 시골에 칩거하며 소설과 정원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는 마루야마 겐지의 정원일기 혹은 정원사색 정도로 이해하면 될 수필집니다. 일전에 마루야마 겐지의 가벼운 수필집 을 읽은 터라 이 책도 그정도의 가벼움을 안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기는 데 곳곳에서 멈칫하게 만든다. 또 일전에 한병철의 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베를린에 살고 있는 철학자 한병철이 두 손으로 땅을 일구며(체험이 아닌 경험) 목도한 바를 정리 한 수필집이다. 황혼에 접어든 두 지식인이 매우 유사한 경험을 통해 매우 비슷한 어조로 당대의 예술인과 젊은이들에게 가짜 체험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진짜 경험, 허울만 아름다운 가짜 예술 말고 진짜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한병철의 과 마.. 2023. 9. 2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