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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7

토지 5부 1편(16권) 혼백의 귀향 5장 관음탱화 중에서... 토지 5부 1편(16권) 혼백의 귀향 5장 관음탱화 중에서... 길상이 도솔암에서 관음탱화를 완성하고 약동 없이 정체로 살아 온 듯 자신의 삶을 되뇌이며... 한 개인의 삶은 객관적인 것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모호한가. 가령 땀 흘리고 일을 하다가 시장해진 사람이 우거짓국에 밥 한술 말아 먹는 순간 혀 끝에 느껴지는 것은 바로 황홀한 행복감이다. 한편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사람은 혀 끝에 느껴지는 황홀감을 체험할 수 없다. 결국 객관적 척도는 대부분 하잘것없는 우거짓국과 맛 좋은 고기반찬과의 비교에서 이루어지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 보일 수 있는 것이 대부분 객관의 기준이 된다. 사실 보여주고 보여지는 것은 엄격히 따져 보면 삶의 낭비이.. 2022. 6. 22.
동해시 카페 디디다 하루 한시간 소설 토지 읽기 토지 읽기 4부로 넘어 오면서 조금 느슨했던 이야기와 인물들이 제 색을 찾아간다. 윤국의 성장이 그렇고 명희의 새로운 삶의 선택이 그렇다. 또 윤국과 범석의 대화중에 언급되는 노농당의 야마모토 센지, 기독교 말살론의 고토쿠 슈스이가 소개되면서 몰랐던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아래의 내용은 명희의 제자였던 유인실과 조용하의 대화 중 일부다. 또 박경리 선생의 혜안에 감탄한다. 토지 14권 제3편 명희의 사막 “앞으로 현재도 그렇습니다만 일제가 조선을 뿌려놓은 일감을 생각해 보신 일이 있습니까?” 인실은 이야기를 이었다. “하루 임금이 얼마라는 꼬리표가 붙은 일감 말입니다.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가고 사막이 되어 버린 땅덩어리에 뿌려진 일감 그거야말로 보석일 거예요. 횡재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미친듯.. 2022. 4. 6.
토지 4부 1권 "음식 맛 아는 것과 신분이 무슨 관계?" “여기 앉은 사람들은 모두 음식 맛 아는 사람들이지” “그건 또 왜요” 명희가 물었다 “사대부 집안이 아니란 얘기야” “음식 맛 아는 것과 신분이 무슨 관계 있을까?” “특히 양반들 종가의 음식이란 사람 쳐다보지” “언닌 그거를 어떻게 알아요?” “알지 이치가 안 그러냐 백결 선생을 추앙했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대장부 살림 살이 이만하면 그것도 모르니? 청백리 송곳똥 누는 것 몰라?” “해서요?” “음식이야 중인들이 즐기고 중인들보다는 돈 있는 장사꾼이 더 잘해 먹지 아무리 돈 벌어봐야 먹는 재미 밖에 없는 사람들이니까” 뜨끔한다. 위 구절의 마지막 "돈 벌어봐야 먹는 재미 밖에 없는 사람들" 식탐은 없는 편이지만 커피를 특히 카페라떼를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하고 위스키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먹는 재.. 2022. 3. 30.
토지 13권(4부 1권) 제 1편 삶의 형태 / 조선 거지의 출현 오랜만에 토지 기록을 남긴다. 13권에 다다르며 1919년 삼일운동도 지나고 역사적 역동성이 잔잔해진 탓인지 소설 속 이야기도 힘을 잃고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라 읽히는 진도가 더디다. 그러는 와중에 13권 첫 장을 열자마자 조선 新거지의 출현을 이해하게 되며 무릎을 탁 치는 구절이 있었다. 조선에는 웬 거지가 이리 많으냐, 그 실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총독부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민란도 수없이 있었지만 조선조 오백 년, 나라에서는 공전(公田)이라 하며 농민으로부터 땅을 거둬들인 일은 거의 없었고 설사 거뒤들였다 한들 결국 조선 백성이 경작하기 마련, 사유지의 경우도 땅문서라는 것이 애매모호했으나 땅문서 이상으로 윤리도덕이 견고하여 남의 땅을 도적질하는 일은 없었다. 항상 족하지.. 2022. 2. 15.
토지 6권 /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토지 2부 2권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중에... 관수가 석이에게 밤을 새가며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 "밥 묵는 사람보다 죽 묵는 사람이 많고 뺏는 사람보다 뺏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그래 니가 조준구 한 놈 직이서 아배 원수를 갚는다고 러가 해겔되겄나? 달라지는 것은 쥐뿔도 없일 기라 그 말이다. 세상이 달라지야 하는 기라, 세상이, 되지도 않을 꿈이라 생각하겄지, 모두가 그렇기 생각한다. 천한 백성들을 그렇기 자파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제, 세상이 한번 바뀔 뻔했거든. 왜놈만 병정을 몰고 안 왔이믄...... 정사를 틀어쥐고 있던 양반놈들, 그놈으 자석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그러니께 송두리째 넘어갔지. 땅도 넘어가고 백성도 .. 2021. 8. 1.
토지 5권 /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긴 담장 옆을 울면서 가던 어린 소년의 모습이... 토지 5권 2편 꿈속의 귀마동 7장 중... 토지 5권을 다 읽을 때 쯤 위의 문장이 나왔는데... 흘려 읽다가 이내 눈이 멈추고 마음이 멈추고 기억을 더듬었다. 몇년전 문화평론가 정윤수의 한 강의가 생각나서였다. 한국근현대사를 강의하면서 토지를 인용했었는데 아마 저 위의 문장이었다. 치수 도령에게 까닭없이 매를 맞고 돌아가던 용이의 비참함을... 서희의 고고함을... 동시에 부각시켜주는 '능소화' 정윤수 평론가는 또 다른 소설을 언급하면서 여름에도 더욱 붉은색을 띄며 흐드러지게 피는 '능소화'의 이미지가 중산층의 (부의)욕망을 더욱 부각시켜준다고 했던것 같다. 그냥 기억이 나서 끄적였다. 2021. 7. 11.
"한국은 종교갈등이 없는게 신기해" 질문에 박경리 선생이라면... 가끔 외국인에게 듣는 소리가 있다. "한국은 종교갈등이 없는게 신기해" 그렇네. 열성적인 개신교 인구도 많고 불교인구도 많고 천주교도 있고 토속 신상이라 할 수 있는 통일교 대순진리 등도 떵떵거리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데 큰 갈등이 없다. 보통의 나라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수차례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 평화?는 우리가 종교를 가볍게 믿는 탓인가? 아니다. 몇몇 종교는 가족과 생이별, 재산 몰수 등을 감내하고서야 입교가 가능해 진다. 이 현상에 대해 설득력있는 해설을 들은 바 없는데... 소설 토지를 읽다 우연히 다음과 같은 문장과 마주했다. 박경리 [토지] 1부 4권 61p 서민들은 어떠했을까 한 마디로 이들은 모두 수구파다. 생리적으로 수구파다. 수만 동학이 개혁을 부르짖고 일어섰으나 .. 2019.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