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5권
2편 꿈속의 귀마동 7장 중...
<서희 앞에서 물러난 용이는 그 집 담장을 끼고 걸어간다. 새로 쌓은 담장에서는 아직 마르지 않은 횟가루 냄새가 풍겨왔다. 돌을 끼운 하얀 회벽의 담장과 맑아서 일렁이는 것 같은 푸른 하늘과 멀리 멀리서, 지평선 저쪽에서 비적단이 사진을 몰고 나타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과- 용이는 문득 옛날 최참판댁 담장을 생각한다. 치수 도령에게 까닭없이 매를 맞고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긴 담장 옆을 울면서 가던 어린소년의 모습이, 능소화보다 짙은 놀이 하늘과 강물을 미친 듯이 불태우던, 마치 엊그제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토지 5권을 다 읽을 때 쯤 위의 문장이 나왔는데... 흘려 읽다가 이내 눈이 멈추고 마음이 멈추고 기억을 더듬었다. 몇년전 문화평론가 정윤수의 한 강의가 생각나서였다. 한국근현대사를 강의하면서 토지를 인용했었는데 아마 저 위의 문장이었다. 치수 도령에게 까닭없이 매를 맞고 돌아가던 용이의 비참함을... 서희의 고고함을... 동시에 부각시켜주는 '능소화' 정윤수 평론가는 또 다른 소설을 언급하면서 여름에도 더욱 붉은색을 띄며 흐드러지게 피는 '능소화'의 이미지가 중산층의 (부의)욕망을 더욱 부각시켜준다고 했던것 같다. 그냥 기억이 나서 끄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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