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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디디다

토지 6권 /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by didida 2021. 8. 1.

토지 2부 2권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중에...

관수가 석이에게 밤을 새가며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

"밥 묵는 사람보다 죽 묵는 사람이 많고 뺏는 사람보다 뺏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그래 니가 조준구 한 놈 직이서 아배 원수를 갚는다고 러가 해겔되겄나? 달라지는 것은 쥐뿔도 없일 기라 그 말이다. 세상이 달라지야 하는 기라, 세상이, 되지도 않을 꿈이라 생각하겄지, 모두가 그렇기 생각한다. 천한 백성들을 그렇기 자파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제, 세상이 한번 바뀔 뻔했거든. 왜놈만 병정을 몰고 안 왔이믄...... 정사를 틀어쥐고 있던 양반놈들, 그놈으 자석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그러니께 송두리째 넘어갔지. 땅도 넘어가고 백성도 넘어가고,"

적당한 이미지를 못찿겠어 드라마 녹두꽃의 한 장면을 가져왔다.

토지 읽기 진도가 더딘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라 비장한 현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들이 맥락마다 등장하기 때문이다. 박경리 선생이 별뜻없이(가볍게 사료연구 없이) 역사 속 인물들을 호명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 6권에서는 혜관과 윤도집의 대화에서 만해 한용운이 등장한다. 그럼 또 한용운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위키백과를 뒤지며 공부를 하고 다시 소설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토지 읽기는 진도가 더디다.

박경리 선생이 26년 동안 집필한 토지인데...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이유다. 또 26년 간 혼혈심으로 집필하신 이유에는 소설로만 읽히길 원하지 않으셨을 게다. 조선 반도에서 태어났으면 누구나 읽고 공부해서 올바른 민족사관을 갖고 살라고 그렇게 오랜세월 고되게 집필하셨을 게다. 그러니 진도가 더디다고 불평할 이유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