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읽기 4부로 넘어 오면서 조금 느슨했던 이야기와 인물들이 제 색을 찾아간다. 윤국의 성장이 그렇고 명희의 새로운 삶의 선택이 그렇다. 또 윤국과 범석의 대화중에 언급되는 노농당의 야마모토 센지, 기독교 말살론의 고토쿠 슈스이가 소개되면서 몰랐던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아래의 내용은 명희의 제자였던 유인실과 조용하의 대화 중 일부다. 또 박경리 선생의 혜안에 감탄한다.
토지 14권 제3편 명희의 사막
“앞으로 현재도 그렇습니다만 일제가 조선을 뿌려놓은 일감을 생각해 보신 일이 있습니까?”
인실은 이야기를 이었다.
“하루 임금이 얼마라는 꼬리표가 붙은 일감 말입니다.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가고 사막이 되어 버린 땅덩어리에 뿌려진 일감 그거야말로 보석일 거예요. 횡재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미친듯 달려 가는 건 당연하겠지요. 노예 낙인보다 확실하고 종의 문서보다 무서운 것이 그 임금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흐음”
“문서도 없고 낙인이 없어도 사람들은 결코 달아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쫓겨날까 봐서 고혈이라도 짜 바치고 싶은 심정일 거예요. 힘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 쓰기 좋고 편안한 세월이 돼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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