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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디디다

라떼아트로 점치기, 동해시 카페 디디다 오늘도 커피 날씨 맑음

by didida 2024. 2. 23.

디디다에 도착하면 먼저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 청소를 시작한다.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가게 안은 먼지제거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 15분 정도? 그러면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수 온도가 80도에 이른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만 나는 하루의 첫 라떼를 기다릴 참을성이 없다. 어차피 첫 잔은 주인장은 몫이고 손님이 마실 두 번째 잔 부터는 온전한 온도로 제공된다. 


하루의 첫 카페라떼 별거 아니지만 10년 가까이 이 행위가 지속되면 조금씩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예전 어르신들이 내일의 날씨 점을 치듯 이른바 라떼 점을 치는 것이다. 라떼아트를 할 때 미리 그림의 모양을 정하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의 첫 라떼는 미리 라떼아트를 계획하지 못한다. 카페인이 급한 뇌 상태가 모든 계획을 거부한다.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아무생각 없이 스티밍을 한다. 그리고 우유가 에스프레소와 만나는 순간 푸싱을 할 지 핸들링을 할 지 결정하고 그대로 이행한다. 푸싱을 하면 몇 개를 할지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핸들링을 하면 어느 두께에서 끊을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하루의 첫 카페라떼는 누가 보는 것도 다른이가 마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날 그날 모양도 다르고 담는 잔도 다르다. 잔이 다르면 그림이 다르게 그려진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첫 라떼가 나오고 첫 모금 하기 전에 하루의 점을 치듯 라떼를 바라본다.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경계가 뚜렷하게 깔끔한 그림이 나오면 오늘 하루도 손님과의 관계에서 서로 피곤하지 않게 깔끔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모양이 엉망이면 오늘 좀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10년 정도 같은 행위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점을 치듯 하루의 첫 카페라떼를 마시게 되었다. 점을 보는 행위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게 조선시대 선비라면 누구나 공부해야 했던 사서삼경의 마지막 과목이 역경이었고 난중일기에 보면 이순신 장군도 툭하면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