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듣고 좋아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음악이있다. 95년경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Radiohead 2집(The Bends)이 나온 상태였다. high and dry, Fake plastic trees, Nice dream 등을 즐겨 불렀고, 3집(Ok Computer)이 나오고 Exit music, Karma police, No surprises 등을 많이 불렀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당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무조건 록음악이었고 Nirvana, Radiohead는 호불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2집, 3집 공전의 히트가 지속되었지만 1집(Pablo honey)의 Creep이 단연 대중의 인기가 높았다. 어디서든 기타가 있으면 누구나 Creep을 불렀고 그때는 그게 제일 핫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즐겨부르던 노래는 1집의 Thinking about you였다. 지금도 통기타를 잡으면 나도 모르게 Thinking about you 맛깔스러운 스트로크가 툭하고 나온다. 2011년인가 지산록페에 첫 내한 했을 때 위시리스트 마지막 퍼즐을 맞춘듯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튼 3집까지는 누구나 좋아했지만 4집(Kid A)은 달랐다. 영국의 후배 밴드들(Cold play 같은 말랑한 밴드)이 치고 올라온 탓도 있었겠으나 난해한 화성(불협화음)과 정통적인 밴드 사운드 보다 전자기계음이 많이 들어가면서 대중은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여전히 좋았다. 톰요크가 20대의 음악과 작별하고 30대에 접어들 무렵 나도 10대에서 20대가 되었고 10대의 단조로운 음악은 재미가 없었다. 4집의 The national anthem, Optimistic, Idioteque의 리듬감은 당시 매우 신선했고 그의 정치성향(노동당)과 나의 정치지향이 맞아떨어진 부분도 그의 음악 수용을 매우 매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담이지만 내 오래된 바이크 앞바퀴 휠베이스에는 지금도 Kid A 스티커가 붙어있다.
아무튼, 오늘은 그냥 5집(Amnesiac)을 이야기 하려고 했다. 매우 즐겨듣던 앨범인데 지난 몇년 듣지 않고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Amnesiac CD를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읽던 책(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을 펼쳤는데 책에 집중이 안된다. 마치 처음 듣는 앨범인 양 사운드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내 귀가 몇년 전과 분명 달라져있다고 생각했다. 뭐가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최근 3년 사이에 재즈를 많이 들었다.
20대 때 키스자렛의 퀼른콘서트 CD를 선물 받고 서서히 재즈음악에 물들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마일스의 59년 작, 존 콜트레인의 60년대 초기 작, 얀 가바렉과 함께하는 키스자렛의 70년대 중반 유럽쿼텟 작, 빌 에반스의 대부분, 팻 메쓰니, 찰리 헤이든, 쳇 베이커, 오넷 콜먼, 장고 라인하르트, 모던재즈쿼텟, 짐홀 등 차분하게 음악을 들을 가용 시간이 많아서인지 이것저것 미루어 두었던 음악들을 많이 들었다. 아마도 그때문이었는지 불협화음에서 안정감을 많이 찾게되었고 Amnesiac을 들었던 과거의 나(기억)는 Amnesiac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근근이 풀떼기만 먹고 살다가(모던, 프리재즈) MSG가 들어간 소고기 곰국이라도 입에 넣은 양 완성된 충족감이 흘러 넘친다. 저 Amnesiac 앨범을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오늘 "처음뵙겠습니다" 인사라도 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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