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을 의미있게 생각한 바 없다. 이창동 봉준호는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말 한 적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나홍진의 전작을 다 보기는 했다. 썩 재밌다고 본 건 처녀작 '추격자' 정도고 나머지는 재밌게 안 봤다. 호프를 개봉하면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칸에서 기립박수를 쳤다는 보도와 심사위원장이 박찬욱이라서 호프는 역차별을 받은 것 같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보도의 뉘앙스가 호프가 분명 볼 만 한, 평가 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극장을 나오며서 나는 "우와 이거 진짜..." 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불편하고 이상한 지점이 수두룩한데 전체적으로 나는 굉장히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30분 정도의 시간만 체감되었다. 오사카의 USJ 근처 비행장에서 헬기를 타고 오사카 상공을 날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보다 더한 아드레날린을 경험했고 오사카 시내와 항구를 재밌게 웃으며 내려다 보며 이 시간이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싶을 때 비행이 끝났다. 호프가 이런 기분이다.

나는 영화의 서사가 앞뒤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영화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반면에 장쯔이 같은 액션배우는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서사 구조가 엉망이고 연출도 엉성하고 다른 출연진의 와이어 액션이 어색하다고 해도 장쯔이 배우의 유려한 발차기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별로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왜 재밌게 봤을까?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며 글을 갈겨본다.
분명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영화다. 혹은 SF영화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는 언제나 저항이 있다. 하여 보수적인 사람은 이 영화를 의미있게 보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미술사조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호프를 의미있게 봤을 수 있다. 잭슨폴락이나 데미안허스트를 가치있게 평가해 본 사람이라면 호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게 예술이냐? 이게 영화냐?의 다중 일반의 잣대는 항상 "잣대(기성의 기준) 자체를 해체하기 위한 예술행위"에 대한 몰이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가족애, 정의, 우정, 생명, 우주평화, 생태 등 여러 서사에 기대어 작품을 만든다. 이걸 나홍진은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을 말 할 때 항상 '가족의 재구성'이라는 평가가 튀어 나온다. 이런 작가의 성향을 고리타분하고 힙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미워도 다시한번의 신파처럼 별반 다를게 없다고... 고전적 서사의 기법을 따르는 작가가 당연히 나쁘지 않고 공동체에 유의미한 질문과 가치를 상기시키는 건 필요한 일이다. '세계의 주인'에서 우리는 주인이의 서사에 큰 울림을 받았다. 정희성 시인이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시인(작가)은 자기 시대의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하는 산소 결핍 징후를 남보다 먼저 감지하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침묵할 때에도 침묵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나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다." 우리가 봉준호의 기생충에 열광했던 것,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그들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나홍진이라는 감독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호프를 통해 관심이 생겼다. 이 시대적 요구에서 빗겨간 돌연변이 같은 존재. 그런데 짜릿한 영화적 놀이에 탁월한 존재. 우리가 매일 된장찌개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신선한 외식(냉면? 떡볶이?)의 존재가 외려 주식을 일상성을 회복하게 하듯이, 나홍진이 신선한 외식을 자처해 고전적 서사기법의 영화의 일상성을 회복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말을 길게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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