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는 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들르는 곳이기에 남의 세상사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주인장이 스몰토크를 시도하기도 하고 손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니까 좋든싫든 손님의 취향과 성향을 알게 된다.
A씨는 평소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한다고 꼭 진보적이게 되는 건 아니다. 사람의 평가는 대부분 행동으로 결정되니까... 그는 주로 보수인사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명박, 박근혜, 당연히 윤석열, 권성동, 나경원, 김문수 등등 말이다. 그는 집회에 참여한 바가 없었지만 조국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난도질 당할 때 이른바 '조국 수호'집회에는 다녔다. 부당한 표적수사임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왜 '조국 수호'를 해야 하는지 나는 납득이 되지않았다. 시점을 조금 더 앞으로 돌리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고 할 때, 뉴스타파에서 윤석열과 윤우진 용산세무서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검사가 변호사를 소개 한다든가 윤우진 세무서장의 동생 윤대진 검사와의 관계 등 구린구석이 많았다. 나는 커피를 건네며 "저는 뉴스타파가 문재인 정권의 인사에 도움이 되는 취재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A씨는 뉴스타파를 배신자 취급을 했다. 성경무오설 처럼 문재인무오설이 존재하는지 A씨는 문재인 조국의 인사에는 오류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한 건 바로 A씨 였는데 이제는 윤석열을 욕하는 데 가장 앞장 선다. 윤석열이 멍청하고 나쁜놈인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A씨 혹은 문빠로 불리운 사람들의 마음(바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할 뿐이다. 변덕스런 바람이 없었다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텐데...
A씨는 이른바 노총각이 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자주 나타냈다. 한번은 카페에 와서 이런 질문을 했다. "사장님은 한국의 젊은 여성 중에 이른바 김치녀 된장녀가 몇 퍼센트쯤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생각해 본 적 없었으나 그의 질문의 의도가 김치녀가 많다는 걸 동의하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20%쯤이라고 대답하려다가 30%로 얘기했다. 그런데 그는 실망이라는 표정으로 "90% 이상이죠!" 그는 분명 한 두 번의 연애 밖에 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일반화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남아로 가겠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그는 스무살 아가씨의 사진만 보고 결혼을 추진하려고 베트남에 갔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이쁘지 않더라"는 핑계로 결혼을 파하고 왔다. 얼마 후 그는 필리핀으로 갔고 실제로 결혼을 했다.
'진보'의 여러 가치가 있겠지만 '차이를 근거로 차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진보적인 사람이 매매혼을 할 수는 없다. 동남아 매매혼은 국력(돈)의 차이를 근거로 사람을 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A씨는 사실 계급을 내면화 한 파시스트일 것이다. 김누리 교수의 진단처럼 "민주당이 진보를 참칭하는 사이 많은 파시스트들이 자신을 진보로 인식" 하고 살고 있다. 파시스트는 우리 주변에 널렸다. 혹은 당신도...
ps.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말하는 파시즘의 특성
아도르노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시즘 보다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훨씬 위험하다."
경쟁이 자연스러운 질서다. 끊임없이 우열을 나눈다.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게 당연하다.
1. 강자 동일시
2. 약자혐오
3. 동조강박
4. 폭력성, 공격성
5. 흑백논리
6. 비겁성, 기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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