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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디디다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 에릭 홉스봄, 공산당과 협력한 재즈

by didida 2023. 8. 20.

23장 민중의 음악, 스윙(445p)

미국의 공산당이 보어슈트 벨트Botscht Belt(미국 뉴욕 주의 캣스킬 산맥 인근의 여름 휴양지)의 적색구역으로 물러나 그곳에서 개최한 캠프 유니티Camp Unity에 연주자들도 참여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연주 도중 사이사이에 한 두 가지 주제를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곳에 있었던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일은 서로 다른 인종 간의 성관계가 공개적으로 장려되었다는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전통은 매우 굳건해서 시드니 베셰 같은 나이 든 연주자들은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밴드 멤버들이 백인 여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캠프 유니티에서조차 금하였다.) 이에 대해 누구나 특별한 인물로 여기고 있었던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비밥을 개척하여 모던 재즈 시대를 선도한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는 "내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평등주의자인가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길레스피는 공산당 당원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중에 스스로 주장했듯이 그것이 단지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 카운트 베이시는 보다 전형적인 경우였다. 베이시는 자신의 은인 해먼드에 대한 의무 때문에 그의 부탁을 받아들여 남부의 빈곤과 인종차별을 풍자한 정치적 함의가 짙은 음악을 녹음했다.

루즈벨트 시대에 재즈가 좌파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잘 알려져 온 사실이다. 스토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많은 사실을 밝혀주고는 있지만 대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스윙과 뉴딜 새대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더욱 일반적인 관계로 연결시키려는 스토의 시도는 좀 색다른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시도는 시카고에서 발행되는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1934년 창간)의 통찰력 있는 분석에 일부 근거하고 있으며, 그것은 스윙 현상에 대해 뉴욕보다는 미국 중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스토는 이 잡지의 일관성 없는 잡다한 내용 속에서도 '스윙 이데올로기'를 읽어내고 있다. 이에 따른면, 스윙은 "자유와 민주주의, 관용과 평등이라는 미국인의 소중한 이상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고, 스윙의 경험은 근본적으로 합리적이고 계속 진보해 가는 미국 사회의 상징이자 원동력이라는 신념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런 신념은 반인종주의, 아니 차라리 "음악에는 피부색의 구분이 없다"는 믿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