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소식에 매번 마음이 움직인다. 사진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진 옆에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글귀가 더 궁금하였다. 이번에도 서울에 간 길에 들렸다. 1년 상설전시인데 부암동에서 통의동으로 옮긴 라카페 갤러리는 첫 방문이었다. 교통 편의성은 더 좋아졌지만 부암동에 있을 때가 분위기는 더 좋았다.
이미 홍대의 칼디커피에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신 상태였지만 다행히 라떼는 마시지 않았기에 라떼를 한 모금하고 2층 전시실로 올라갔다.
알록달록 글씨도 아기 손도장도 간결하고 이쁘다.
대부분의 사진은 10여년 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코로나시국에 다니지 못한 탓이겠다. 아마도 박노해의 새로운 사진들은 2024년에나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사진이 좋았으나 몇장만 옮겨 본다.
안데스 산맥의 높고 외딴 집에 사는 소년의 손목에 시계가 반짝인다. "제가 아홉 살이 됐을 때 엄마가 채워주셨어요. '이시계를 찰 때가 되면 네가 집안의 가장이다. 아빠는 하늘에서도 너와 엄마를 지켜줄 것이고 파차마마와 모든 신들이 널 보살펴줄 것이다. 아들아, 미안하다. 착하고 강하게 살아가라' 아빠가 제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래요"
"왜 탱크 위에서 그러고 있니?"
"죽은 친구들이 하늘나라에서 보라구요. 사라, 후세인, 하산... 편히 잠들어. 폭탄소리에도 깨어나지 말고, 무섭다고 울지 말고..., 잊지 말고 기억할게. 우리 다시 만나자."
급진 해방 조직의 대표였던 '아인 알 할웨'의 딸, 그녀의 아빠는 박노해와 인터뷰 얼마후 총격전에서 죽었다고 한다. 아마도 박노해는 이 전사의 딸을 만나러 또 레바논으로 떠나겠구나 생각했다.
가장 길게 나의 시선을 끌었던 사진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 할 때, 뉴스를 통해 파슈툰 지역 사람들의 아픔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서 그랬나보다. 카메라 앞에서 겁나지 않았기를... 지금은 성년이 되었을 그녀들의 삶에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를...
식당에서 일하는 소년이 기도하는 모습이다. "저에게 인내를 주세요. 제가 용기 있게 자라면 어려운 이들에게 일용할 우유 같은 사람이 될게요." 박노해가 가장 빛나게 생각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년의 기도하는 마음, 고단한 자신의 삶을 감내하면서 이타적인 꿈을 꾸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마음...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이미지만 취하는 폭력적인 사진전이 여전히 횡횡한다. 얼마전 윤석열의 처 김건희씨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픈 아이를 안고 빈곤 포르노 사진을 찍었듯이... 폭력적인 사람들은 그런 사진이 왜 폭력에 가까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박노해의 사진활동은 책임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박노해의 사진활동에 응원을 보냈으면 좋겠다. 다만 그의 시선이 국내에도 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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