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묵호역 근처, 동해시민들도 발길이 뜸한 숨은 공간인 '향로시장' 사진 몇장 올려요.
동해시에 놀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묵호항, 망상해수욕장, 무릉계곡, 추암해수욕장 등의 유명 관광지에서 시간을 보내죠. 한정된 일정에서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다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만약 동해시 관광을 몇번 해봤고 새로운 곳을 찾는 분이라면 고즈넉한 봄날에 산책하기 좋은 향로시장을 소개하고 싶네요.
향로시장은 동해시에서 가장 소외되고 잊혀진 공간 중 한 곳입니다. 동해시에서 버스정류장이 들어와 있지 않은 유일한 주거촌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항상 발전의 뒤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1970년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동해루 중화요리집은 아직도 영업중입니다. 자장면 맛있고 탕수육 옛날 스타일로 나옵니다. 40대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동해로 내려와 저는 향로시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고 관광객이 없어 좋았고 볕이 따스해 좋았습니다. 수선할 옷은 몇가지 있는 데 아는 수선집은 없었는데 향로장식이 눈에 들었습니다.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고 여쭙고 사진을 찍는 데 다늙은 사람 왜 찍냐고 수줍어 하십니다.
향로시장 일대(해안으로는 여객선 터미널, 북쪽으로는 묵호)를 볕 좋은날 카메라 하나 들고 산책을 권합니다. 그리고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심상대의 단편 '美'를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향로시장에서 여객선 터미널로 가려면 철길 밑으로 난 작은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음습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 흐드러지게 꽃핀 나무 한그루가 있었고 이때 저는 심상대의 단편소설 '미'가 떠올랐고 오래전 읽은 소설의 내용이 상기되면서 향로시장 일대의 분위기와 오버랩 되어 묘한 생동감을 느꼈습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나서면서 테마가 없으면 소득없이 셔터만 누르다 오게 되겠죠. 향로시장 방문 전에 심상대의 소설 '미'는 꽤 훌륭한 테마를 선물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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