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산사람이 있다면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 바다사람이다. 여름이 오기를 가을부터 기다리고 날씨가 허락하면 일 년에 바다에 백 번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인간이지만 바다와 친숙한 인간으로 조금씩 변할 것이고 육지의 생각을 조금 비워내고 부유하는 바다의 여유가 조금씩 싹튼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7월 중순 부터 9월 27일 까지 여름 수영을 했다. 두 달 보름 동안 50여회 바다 수영을 했었다. 주로 밤이었고 간혹 아침과 낮 수영이 있었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 시작되어 7월 초 부터 시작해 9월 16일 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글을 쓰는 오늘은 9월 24일인데 현재시각 21시 기온이 25도다. 오늘 밤에도 바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올해도 두 달 보름 동안 60여회 바다 수영을 했다. 파도가 높지 않으면 항상 바다에 들어갔다. 작년도 올해도 여름 태풍이 없어 바다사람들은 더욱 바다와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러닝 인구가 늘듯이(건강 강박사회) 수영 인구도 늘었다. 수영장에서 자신감을 찾으면 바다로 나오는 노령층 스위머도 간혹 보인다. 스위머 하니까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걸어야겠다. King Hannah - Big Swimmer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수영 얘기를 왜 하냐면... 수영의 시각이다. 밤에 수영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부정적이고 특별하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단속도 한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는 오후 6시 이후에는 무릎이상 바다에 들어가면 지자체 감시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한다. 낮에도 가슴 이상 들어가면 안전요원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루라기를 불며 호들갑이다. 마치 "너의 생명은 너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다. 수영 하다가 죽는 건 낭비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로 죽어라." OECD 산업재해 사망 1위국 답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그렇게 신경쓰던 나라였던가? 옆집 애가 사라져도(부산 형제복지원) 우리 애만 있으면 되는 나라. 옆 동네(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져도 저기는 빨갱이라고 외려 혐오하고 외면하는 나라. 세월호... 이태원... 518, 제주4.3 자국민 학살을 밥먹듯이 한 나라인데... 자국민 학살의 원혼이 너무 많고 깊어 한강이 펜을 놓을 수 없었고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나...

스위스의 퇴근길 풍경을 많이 아실텐데 깨끗한 물이면 뛰어드는 데 이유가 없다. 구명조끼 착용 의무 따위는 없다. 자신의 생명은 자신의 책임이다. 수영을 할 줄 알면 그냥 들어가고 조금 겁나면 보조기구를 가지고 들어간다. 본인의 선택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익사 사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국가가 이를 제지하진 않는다. 스위스의 상식이 한국에서는 이색적이라 뉴스에 많이 나왔다. 한강에서 수영을 할 때는 무슨 한강 건너기 수영대회 때 뿐이다. 그 외에서 누가 수영하려고 하면 자살 하는 줄 알고 바로 신고하고 출동하고 난리가 난다. OECD 자살율 1위의 국가답게 물에 사람만 들어가면 패닉이다. 그런다고 죽을사람이 살아지나?

한강만 그런게 아니라 동해안의 바다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주로 밤에 수영을 한다. 얼마 전에는 지자체 자율방범대 아주머니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나를 제지했다. "수영하는데 왜 그러시냐"고 하니 "밤에 수영하면 위험하다"고 한다. 내가 40대 중반인데... 당신들 자녀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데 내가 왜 당신들의 지침에 따라야 하나? 지자체에서 단속하라고 지침이 왔단다. 나는 다시 바다에 들어갔고 우르르 돌아가셨다. 한 번은 군인들이 제지를 했다. 역시 근래에 양양에서 익사사고가 있어 테트라포트 주변 검문하라는 지침이 있었단다. 대한민국에서 수영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위의 스위스 풍경을 다시 보기 바란다. 누가 뭘하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어느 국가에서 입수금지 푯말이 있다면 그건 수질이 안좋아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센강이 수질문제로 입수금지였다가 수질이 나아져 올림픽도 치르고 했던 기억이 나실거다. 깨끗한 바다에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들어가는 게 이렇게 어려운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올해는 밤 수영을 즐기는 동지들을 많이 발견했다. 친구들 끼리 놀러 온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았고,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매일 밤수영을 즐기셨고, 러시아 친구들은 남여노소 항상 밤 수영을 즐겼고(동해시는 블라디보스톡과 뱃길이 있어 러시아인이 많다), 20대 남성은 밤 수영이 아니라 밤 낚시를 즐겼다.

인도를 걷다가 차에 치여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도에서 도보금지를 할 수 없듯이 수영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수영을 막으려는 발상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령 호주에 상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입수경고 푯말이 있다고 하자. 그래도 수영하다가 상어를 만나면 그사람의 자유이자 책임인거다. 국가의 책임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자체는 왜 감시원을 두지 않았냐? 상어 그물망을 왜 설치 하지 않았냐? 왜 지자체는 대대적인 위험 홍보를 하지 않았냐? 그 사람이 물에 들어갈 때 해경은 뭘했냐 CCTV는 폼이냐? 너무 난리다. 자유롭게 수영하다가 혹 죽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내버려둬라. 호모 사피엔스가 걷다가 죽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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