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천곡동 한섬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카페 디디다 일상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오늘은 중국 백주 하나 소개할까 싶어 블로그 창을 열었습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못지않게 술이나 차를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맥주와 위스키를 즐겨 마신지 25년 정도 되었네요. 화학용 주정(에탄올)에 물을 희석한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등)나 물에 희석한 맥주(카스, 하이트 등)는 20여년 전에 끊었습니다. 맥주 위스키 얘기는 따로 해야 할 것 같고...
오늘은 노주노교에서 나온 명냥 508(50.8도, 500ml)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우선 저는 기본적으로 증류주 중에 위스키를 좋아합니다. 와인, 막걸리 같은 양조주에 약하고 위스키 외에 브랜디, 진, 고량주 등 다른 증류주는 즐기지 않습니다. 몸에서 잘 받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여러가지 술을 경험해 보긴 했고 뭐가 좋으면 왜 좋은지 나쁘면 뭐가 나쁜지 정도는 구별하는 수준입니다. 저렴한 데킬라 많이 털어 마셔봐서 아네호 등급이 좋은거 알고, 와인도 여러 품종 마시다보니 누가 성탄절에 한 병 사줄테니 고르라고 하면 부르고뉴 피노누아 고릅니다. 누가 중국 다녀온다고 백주(바이주, 고량주) 하나 고르라고 하면 노주노교 국교1573 부탁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백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연태고량주로 예를들면 저렴한 술이라서 싫어하는 건 아니고 증류주에서 보기힘든 시럽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 마시면 두통이 너무 심합니다. 원주를 희석하는 과정에서 뭔가 장난질을 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중국집에서 양꼬치집에서 연태고량주가 인기지만 저는 차라리 3천원하는 이과두주 마십니다.
그리고 백주의 밑술이라 할 수 있는 황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간장 메주향에서 저는 까나리액젓 같은 역함이 느껴집니다. 소흥주는 토마토계란볶음 같은 요리에 쓸 때는 천상의 조화로움을 이루지만 그냥 마실 때는 좋은 술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문화권(입맛)의 차이겠죠. 제 입맛엔 쌀로만 양조한 청주가 좋습니다.
어떤 증류주 하나가 온전히 탄생하려면 그 밑술을 서민층에서부터 즐겨 마시는 문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영국의 위스키는 맥주를, 프랑스의 브랜디는 와인을 서민층에서 오래도록 음용해 온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소주도 그 밑술인 막걸리가 기본이겠지요. 좋은 막걸리를 만들지 않고 아스파탐 넣고 수입산 밀을 써서 막걸리를 만드는 곳에서 우수한 소주가 탄생할 리 없습니다. 한국인 입맛엔 안맞더라도 중국에서는 황주가 기본이고 그 입맛이 어디가는 게 아니다보니 장향형 백주로 분류되는 마오타이가 중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굳이 백주를 선택한다면 역함이 덜하고 비교적 깔끔한 피니쉬를 지닌 쓰촨성의 노주노교가 입맛에 맞습니다. 쓰촨성의 백주가 유명한 건 물(장강의 상류)이 좋은 것도 있지만 쓰촨성 주변 고지대의 단단하고 고소한 수수(고량)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마오타이를 제외하면 노주노교, 우량예, 수정방 등 유명한 백주는 대부분 쓰촨성에서 만들어 집니다.
노주노교에서 만든 명냥은 중국의 생명과학 국가 시설에서 여러 박사들과 오랜기간의 개발 끝에 탄생한 백주라고 합니다. 노주노교 홈페이지에서는 건강 코너에 명냥이 속해 있습니다. 발효과정에서 차 추출물을 사용했는데 교에서 발효할 때 찻잎을 넣은건지 차 추출물을 증류과정에서 넣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500ml 한 병 생산하는 데 찻잎 5kg 정도가 소요 된다고 하니 단가 높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전 정보 없이 마시면 명냥에서 차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뭔지모를 은은한 기분좋은 향이 술 전체에 깔려있다고 느낄 겁니다. 매우 깔끔한 고급 백주 느낌이 지배적입니다. 바디감 좋고 두통을 유발하지 않고 50.8도의 고도수 백주지만 40도의 잘 숙성된 위스키 보다도 알콜향이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처음으로 이런 백주라면 혼자 한병(500ml)을 다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탄했습니다. 노주노교에서 명냥을 홍보 할 때 숙취가 없고 매우 깔끔한 과학적이고 건강한 술임을 강조했는데 허풍이 아니었음을 제 입맛과 두통없이 적당히 기분좋은 머리상태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싼게 문제다. 면세점에서 명냥 408은 수정방 보다 조금 싸고 508은 수정방 보다 조금 비싸다. 명냥 508 500ml 면세점 기준 18~22만원 정도다. 중식당에서는 40만원 가량 한다. 공정을 생각하면 가격이 내릴 것 같진 않다. 그리고 국내 수요가 많아져 수입 단가가 내려갈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쓰촨성 백주를 좋아해서 면세점에서 매번 수정방을 고르는 분들에게 명냥 508로 외도를 추천하고 싶다. 쓰다보니 노주노교 홍보처럼 보여지는데 카페 디디다와 노주노교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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