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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디디다

큐슈 최남단 가고시마, 온천과 활화산(사쿠라지마) 닭육회의 고장

by didida 2016. 4. 30.

직항(인천-가고시마)으로 큐슈의 남쪽 끝 가고시마와 기리시마를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미야자키는 가봤는데 가고시마는 처음이었습니다. 가고시마와 기리시마의 원시림에 가까운 계곡과 산의 풍경은 미야자키와 비슷했습니다. 몇장 올려봅니다.





가고시마 공항에서 미리 예약한 호텔이 있는 덴몬칸으로 이동해서 점심 먹을 만한 데를 찾고있는데...

저 멀리 불난거 처럼 희뿌연 연기가 크게 피어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사쿠라지마에서 소폭발이 있었던 거죠. 저 연기를 보고 있자니 오다기리조가 불량한 아빠로 출연한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한장면이 떠오르던군요.


가고시마에서 6일을 머물렀는데 매일 1~2번씩 소폭발이 있더군요. 그 화산재는 고스란히 시내로 날아오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목이 따끔거리고 두통이 오더군요. 기관지가 약하신 분들은 가고시마 시내는 가지 마시길... 시내가 아니면 화산재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일본의 대부분의 도시에 지상전철이 있죠. 대표적으로는 나쯔메 소세키의 소설로 유명해진 마쓰야마의 봇짱열차가 있죠. 일본 근대화가 시작된 가고시마 역시 지상전철의 역사가 깊습니다. 가고시마의 지상전철의 특징은 다양한 모델이 운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기차 오타쿠들에게 가고시마는 흥미로운 여행지일듯 합니다.


 



위 사진은 지상전철이 아니고 기차를 타고 이동중에 찍었습니다. 사쿠라지마를 배경으로 한참을 달리는 경치가 훌륭한 노선입니다. 가고시마를 가신다면 기차를 꼭 타보시길...





기차타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또 폭발이 있더군요. 기차에서 잽싸게 한장 찍어 봤습니다.





차창 밖으로 매가 한마리 보이길래 그냥 한장 찍었는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지나가던 비행기도 찍혔다는 것을...





가고시마의 대표 먹거리는 무엇일까요? 흑소, 흑돼지와 고구마 소주는 알고 계시죠? 사실 일본의 미식가들은 가고시마에 가면 닭육회를 꼭 먹습니다. 닭 육회를 먹는 나라는 제가 알기론 일본이 유일하고, 일본에서도 가고시마의 토종닭만 육회로 먹습니다. 


닭껍질만 살짝 그슬려 회로 먹는데 그 맛은... 음... 소육회, 말육회, 생선회와는 그 식감이 전혀다르고 느낌도 다르더군요. 제 입맛에는 익숙하지 않아 많이 먹진 못했습니다. 가고시마 토박이들은 닭육회 단골집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닭육회를 안주로 고구마 소주를 오유와리(소주와 따듯한 물을 1:1로 섞음)로 마시면 가고시마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온천을 갔다 온 직후에 말이죠.





가고시마는 또 온천이 유명하죠. 활화산이 있는 곳이니 오죽 온천이 많겠어요?

저도 이번 여행에서 5곳의 온천을 들렀는데... 위 사진은 기리시마의 우에무라역 근처의 한 온천입니다. 이동네 온천은 규모가 아담하고 노천온천이 꼭 달려있으며 가격이 아주 착합니다. 200~300엔 사이면 온천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250엔 이더군요. 현지인들은 패키지가 있어 더 싸게 온천을 다닙니다.


우리나라 목욕탕이 뜨거운물을 재탕 하면서 보통 5,000원 이상 받잖아요. 갑자기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기리시마의 산길을 이동 중에 버섯소바집에 들렸습니다. 소바 맛은 알수 없으나 경치 맛은 보장 된 장소라 들어갔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취해 소바에 버섯이 있었는지 소바를 먹었는 지도 모르게 한그릇 뚝딱 하고 나왔습니다.


가고시마는 화산 지역이라 물빠짐이 좋고 무기질이 풍부해 식물이 좋아하는 토질이죠. 그래서 고구마도 잘 자라고... 삼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일존 다른지역의 나무 보다 확실히 큽니다.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더 남쪽으로 가면 원시림을 자랑하는 야쿠시마가 있는데 7,000년을 살아 낸 조몬스기(삼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야쿠시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죠. 


깊고 풍성한 숲을 보면서 잠시 경외감을 느끼다 문득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토토로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아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가고시마의 자연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