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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디디다

몽구스 3집 <The Mongoose> 21세기 춤추지 않는 당신은 몬스터

by didida 2016. 2. 18.

7~8년 전 한 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먹고 산 적이 있는데요, 그때 지면에 연재했던 칼럼을 몇개 옮겨 보려고 합니다. 현재 시점의 글은 아니지만 소개했던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으니까요.^^


2007년 여름 친구 셋이서 차 트렁크에 텐트 하나 달랑 넣고 강원도로 떠났다. 바다가 보이면 수영을 했고 몸 뉘일 공간이 있으면 텐트를 쳤다. 경치가 좋은 곳에선 맥주를 마셨고 그늘에선 꿀맛 같은 낮잠을 즐겼다. 자연속에서 한없이 행복했던 일주일 동안 우리 주위엔 항상 몽구스 3집 <The Mongoose>가 있었다.




좌측부터 김준수(보컬, 신디), 김준기(드럼), 박희정(베이스기타)



몽구스를 몰랐던 친구는 달리는 차 안에서 '나비캐롤'이 흘러나오자 볼륨을 높이더니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며 핸드폰을 꺼내어 음악과 스치는 바람 주위의 풍경 그리고 신나게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하는 우리를 영상으로 남겼고, 정선으로 향하던 우리를 히치하이킹 했던 여학생들은 이런 음악 처음 듣는 다면서도 'Pink Piano Punk Star'를 잘도 따라 부르며 같이 춤췄다.






볕과 바람이 우리의 영혼을 태울 때 몽구스 3집 <The Mongoose>는 질 좋은 오일 기능을 했다. 일주일 간의 행복했던 추억은 이후 현재까지의 술자리에서 수 없이 회자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고 적어도 몇 년간은 여행의 기준이 될 듯한데 몽구스 3집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기꺼이 오바하여 모든 영광을 몽구스에게 바치고 싶다.


2007년 2월에 발매된 몽구스 3집은 필자에겐 델리스파이스의 2집 <Welcome To The Deli House>이후 가장 많이 듣게 된 국내 앨범이다. 델리스파이스 이후 국내 모던씬이 크게 확장되면서 감성을 무기로 한 밴드들이 많아지고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쉽고 가벼운 음을 "이건 내 이야기야. 그뿐이야"라는 식으로 우리 귀를 간지럽힌 게 사실이다.


감성은 물론 중요하고 시적인 가사도 좋지만 사운드에 대한 욕심은 선택이 아니지 않을까? 음악은 분명 사운드 혹은 리듬을 통한 자기 이해와 성찰, 이를 바탕으로 한 타인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는 덤이지 목적이 아니다. 글과 음 영상이 혼합된 뉴 미디어로 다양한 공감대와 소통을 꽤하는 요즘일수록 밴드의 목적은 더욱 더 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을 고민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모던씬이 낭독음악회 쯤으로 치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러한 이유로 몽구스의 존재감이 더욱 커 보인다. 80년대 신스팝에 꽂힌 현재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솔리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구해 스트링 사운드로 곡을 도배하려는 고집, 맛나는 리프에 대한 욕심, 사운드와 똑 떨어지는 보컬 톤, 밴드의 색깔을 찾으려는 열정의 흔적은 1번 트랙 'U.F.O'를 재생하고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발견된다.


"우리 몽구스는 앨범을 만들 때 마치 우주선을 작동시키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나 하나 신디사이저의 작은 노브들을 만지면서 컨트롤하고 톤을 잡고... 우리 음악이 단순한 밴드연주가 아니라 황홀경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안내서가 되어 여러분을 춤추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몬구의 말처럼 필자는 2007년 여름, 어깨를 들썩이며 황홀경에 빠져 한 해의 여름을 보냈다. 다가오는 여름 어디론가 떠날 때 Playlist를 고민하지 말자. 여름엔 <The Mongoose>다.


2008년 <정기자의 완소 Playlist> 중에서...